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미치 엘봄)

“사실 내 안에는 모든 나이가 다 있네.
난 세 살이기도 하고，다섯 살이기도 하고， 서른일곱 살이기도 하고，
쉰 살이기도 해. 그 세월들을 다 거쳐 왔으니까 말이야.
나는 그때가 어떤지를 알지. 어린애가 되는 것이 적절할 때는 어린애인
게 즐거워. 또 현명한 노인이 되는 것이 적절할 때는 현명한 어른인 게
기쁘네. 어떤 나이든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보게. 지금 이 나이에 이
르기까지 모든 나이가 다 내 안에 있다네. 이해가 되나...”

미치 앨봄 저(著), 공경희 역(譯)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살림,
176-177쪽)」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이 책은 루게릭 병에 걸린 모리 슈워츠 교수를
미치라고 하는 학생이 화요일마다 찾아와서 대화한 내용입니다.
“지금 이 나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나이가 다 내 안에 있다네.”

모리 교수처럼 마음 속에 인생의 사계절을 모두 품고 살 수 있다면 얼
마나 축복일까요. 순수함을 잃지 않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간직하고,
그 눈에 호기심이 별처럼 반짝이며, 때로는 파도 같은 젊은 청년의 도전
정신이 아직도 살아 있다면, 그러면서도 모든 힘을 다 제어하고 조절
하는 의연함이 있다면...

서양인은 나이를 숫자처럼 계산하지만, 한국인은 나이를 “먹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어령 교수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시간은 우리 밖에서 흐르다가 그냥 사라져버리는 강물이 아닌 것이다.
마치 향기로운 과일을 먹듯이 우리는 시간을, 나이를 먹는 것이다.
그러면 시간은 나의 살과 피 속으로 들어가 마음이 되기도 하고 머릿속
으로 파고들어 영원한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이 시간을 느끼는 마음이
없으면 어른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 나이 헛먹었구나.’”
(「뜻으로 읽는 한국어 사전(문학사상, 17쪽))

그러기에 사람은 저울로 달 수 있는 무게와 마음으로 다는 무게, 두
개의 몸무게를 갖고 살아갑니다.
한가위 대추 한 알에도 폭풍 한 가득 눈물 한 가득
그래서 단물을 품고 붉게 영글어 가듯,
나이 먹어 마음이 풍부하고 인격이 있는 사람을 보고 무게가 있는 사람
이라고 합니다.